안녕하세요. 홍시냥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적어보는데 오늘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버지는 22년 9월 중순쯤 췌장암일 것 같다는 소견을 듣고
급하게 서울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한 뒤
10월 중순쯤에 췌장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아버지가 젊어서부터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여기저기서 저희 아버지랑 대회 같이 나가려고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나 운동모임에서 만난 분들과 엄청 사이좋게 지내셔서
인기도 많으셨어요.
근데 아버지가 이제... 주변분들의 연락을 피하십니다.
제가 아버지의 심정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아마.. 모든 것이 귀찮고 내가 아픈 것도 억울하고 힘든 와중에
주변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 입에 거론되는 게 싫으셨던 거 같아요.
저희 어머니 지인분이 택시를 타셨는데
어떤 택기기사 분께서
"OOO동에 사는 운동 좋아하는 분이 췌장암이라더라."라는 말을 하셨다고 해요.
근데 택시기사님께서 말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저희 아버지 같다고 소문이 이렇게 빨리 퍼지냐..라는 말을 하셨다고 해요.
이런 말이 있죠.
좋은 소문은 늦고, 나쁜 소문이 빠르게 퍼진다는 말...
아주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여기서
"한 지역에 당신네만 췌장암인 것도 아닌데 너무 몰아가는 거 아니냐?!! "
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블로그에 적기엔 부담스러워 자세히 안 적은 부분도 있고..
제가 사는 지역이 지방이라
한 다리, 두 다리 건너면 거의 대부분이 아는 사이입니다.
정말 다른 사람들은 본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쉽게 말하지만
당사자인 우리 가족은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아픕니다.
아버지의 핸드폰 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릴 때면
아버지는 짜증을 내셨어요.
"왜 이렇게 전화가 많이 오냐!" 면서..
제발!!
환자가 전화해서 하소연하지 않는 이상
안부가 궁금하셔도 전화,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아직 본인이 아픈 것도 받아들이지 못한 상황에
정신없이 연락 오면 너무 힘들어요.
물론 걱정해주시는 말.. 감사하죠..
하지만 저희는 그런 걱정스러운 말 듣기 싫었습니다.
" 암이라서 어떻게 하냐..."
" 그러게 건강관리 잘하지 그랬냐"
이런 말 들으면 뭐합니까...
해결 책 주시는 거 아니잖아요.
그저 걱정거리 한아름 듣기만 하는데
환자와 가족들한테는 그것마저도 힘든 시간입니다.
제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참아주세요.
좀 늦게 말하면 큰일 나는 거 아니잖아요.
혹시라도 제 글을 환자 지인분들이
보고 계시다면 연락해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고 어떤 것이 스트레스를 안 주는 것일까?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 걱정해주면 좋은 거 아니야?" "안부전화 가지고도 난리야"라고 생각하신다면
저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저 너무 답답하고 화나는 마음에 글을 써보았지만...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당사자가 되지 않는 한
저희 마음 100분의 1도 모르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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